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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취재 현장 '꽃과 나비'] 정조와 햄릿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10-13 16:43:58

정조와 햄릿 


#음악극 #정조 #햄릿 


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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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음악극 '정조와 햄릿'이 당진문예의전당에서 열렸습니다.

정조와 햄릿이 만난다는 매력적인 소재와 호기심에 보고 싶어하던 음악극이라 열일 제쳐두고 아이들과 함께 달려갔습니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은 공연을 제작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당진문화재단,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세종시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회관 5개 기관의 공연장에 '우수공연 지역 공동유통을 위한 협약사업'으로 추진되는 공연인데요. 


추석을 맞아 문화소외계층 대상 전석 초대공연도 진행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미리 예매를 하고 아이들과 당진문예의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음악극 '정조와 햄릿'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2016년 제작한 기획공연입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모두가 일상에서 전통과 만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전통예술의 보급 및 저변확대, 고품격 전통문화콘텐츠 개발 및 전통예술의 대중화, 신진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며, 

해외교류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전통예술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조와 햄릿은 전통 창작음악·연극·무용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인데요.

'2021 의정부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공연 선정, '2021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받은 바 있어 

관객들에게 후기가 좋은 공연이라 기대와 설렘으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겪은 공통점이 있는 정조와 햄릿, 

공연 내내 정조와 햄릿의 주변인물과의 갈등에 그려지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는데요. 


여기에 미디어아트·군무 등이 더해져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연내내 흐르는 이색적인 음악이 매력적이었는데요. 

전통을 소재로 독보적 창작음악을 선보이는 '상자루'의 음악은 극 중에서 

무대 위 인물들의 감정에 동요되지 않으면서 극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했습니다. 


음악극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세분이 연주하는 음악이 이 극의 진짜 주인공인듯 느낌이 들 정도로 

그동안 알고 있던 국악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반전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갈등이라는 극의 비극에 동참하면서도, 

위트있게 국악이 극에 개입하므로 인물의 상황과 심리를 다채로운 시각과 사운드 이미지로 표현했는데요. 

지루해지기 쉬운 이야기가 펼쳐질 즈음이면 무대를 찢을 것처럼 폐부 깊숙히 울려 퍼지는

쟁연주와 베이스 기타의 조화가 극중 인물들의 불안함을 절묘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감을 높입니다.


후반부에 정조의 독백 이후에 이어지는 징과 양금의 선율도 신비롭고 아득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무척 좋았습니다. 

전통창작 음악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며 개인이 해석할 수 있는각의 공간도 만들어줘서 더 특별하고 각별한 공연이었습니다.


정조와 햄릿은 모두 실존 인물인데요. 정조는 조선의 제22대 왕(재위 1776~1800)으로 사도세자의 아들입니다. 

햄릿은 12세기 덴마크의 암레트 왕자입니다. 정조는 역사 기록으로 세상에 알려지지만,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을 통해 알려집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시간을 살지 않고 나로 살기 위해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극복하려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닮았는데요. 


마냥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 ‘금수저’ 햄릿과 정조의 삶은 ‘목숨’을 담보로 한 금수저의 삶이었습니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가 금한 ‘금서’를 읽고 숨기면서, 또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금등지사’로 인해 여러 차례 위기를 겪게 됩니다.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라는 명대사를 후대에 전하며 

은 사람들이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들의 사랑도 남달랐는데요. 

정조에게는 얼마 전 인기리 방영되었던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가 덕임 의빈이 있고, 

햄릿에게는 오필리어가 있습니다. 성가 덕임이나 오필리어는 궁녀(시녀)로 궁에 들어간 이후 사랑에 빠지는데요.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위기를 겪지만 두 사람 모두 연인의 사랑을 얻습니다. 

무대의 막이 오르면 정조와 햄릿 두 사람의 감정 묘사가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데요.


아버지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슬픔에서 견디기 힘든 사건들을 겪은 정조. 

아버지가 숙부에게 죽임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다짐했던 덴마크 왕자 햄릿이 등장합니다. 


함축적 대사, 극중 캐릭터의 심리 묘사와 사운드, 조명과 영상의 비주얼적 이미지의 조각이 합쳐지는 

극의 장엄함에 마치 내가 두 주인공의 삶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처럼 몰입하게 되네요.


정조와 햄릿의 관람포인트는 무대 위에 펼쳐지는 두 사람의 감정 묘사부분인데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겪은 공통점이 있는 정조와 햄릿을 대비시켜 인간의 근원적 모습을 들여다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시공간을 초월하여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 묘사가 압권인데요. 

작품에 등장하는 정조 가문과 햄릿 가문의 여덟 명의 인물들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우리의 삶과 닮아 더 주목하게 됩니다. 


극속에 모든 인물들이 ‘나’로 존재하지 못하고 시간 속에서 얼어버린 채 살아가며 

인물 간 갈등이 폭발하는 극단적 상황에서 독백, 군무 등을 통해 인물의 내밀한 심리를 묘사하며 극의 긴장감이 점점 고조됩니다. 


어린 정조와 햄릿에게 동일하게 투영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머니 하고 안기는 장면에서는 어린 정조와 햄릿 둘 다 괴로운 상태에서 안식처로 어머니를 찾았지만 

버림받는 혹은 버림받았다고 느껴지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것이 정조를 더 정조답게 햄릿을 더 햄릿답게 만들었겠지요.


정조와 햄릿에는 조명을 잘 활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잘 묘사했는데요. 

두 주인공이 마주보고 서 있을 때 별빛처럼 쏟아지는 조명은 두 주인공의 

복잡한 마음을 삭혀주는 듯 처연하게 아름다웠습니다. 


별빛으로 보이던 조명이 요동칠 땐 '두 주인공이 운명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정조와 햄릿의 독백 직전의 조명은 마치 칠흙같은 어둠에 흰먹이 번져가는 듯 보였는데요. 

흰 먹이 어둠에 번지는 듯한 이미지는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이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아슴푸레한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옳다고 믿은 것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세상을 뒤덮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앞에 두 주인공이 서 있는 것 같은 장면이었는데요. 

정조와 햄릿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새하얀 멋빛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힘들고 지칠때면 무수히 많은 '만약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요. 

‘정조와 햄릿’을 보며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만약에 사도 세자가 죽지 않았더라면, 

햄릿의 아버지가 숙부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쩌면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무거운 책임감의 짐을 짊어지며 

수많은 위협 속에서 그 자리를 더 단단히 지키며 살아가는

정조와 햄릿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 당진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2022 지역문화인력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내용과 사진은 당진문화재단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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